바이올린 연주자 나탄 밀스타인(Nathan Milstein, 1903~1992)

바이올린의 시인, 나탄 밀스타인

음악가로서의 성장 배경과 경력

나탄 밀스타인(Nathan Milstein, 1903~1992)은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오데사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러시아 제국의 문화적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수많은 예술 인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밀스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고, 열 살이 되기 전부터 오데사 음악원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이후 레오폴드 아우어(Leopold Auer)라는 전설적인 바이올린 교사 밑에서 본격적인 바이올린 수업을 받으며 본인의 스타일을 발전시켰습니다. 아우어는 야사 하이페츠, 미샤 엘만 등과 함께 20세기 초 러시아 바이올린 악파의 대표 인물들을 가르친 명교수였고, 밀스타인도 그의 대표적인 제자 중 하나였다.

그의 데뷔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루어졌다. 11세에 처음 무대에 올랐고, 청소년기에는 러시아와 유럽 전역을 돌며 연주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20년대에는 당시 떠오르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함께 듀오로 연주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보스턴 심포니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를 넘나들며 70년 이상 연주 생활을 이어갔고, 무려 80대까지도 활발히 활동한 보기 드문 연주자였다.

연주 스타일과 음악적 특징

밀스타인의 연주는 흔히 **"완벽한 테크닉 위에 시적 감성을 더한 연주"**로 평가받는다. 그의 바이올린 소리는 매우 맑고 따뜻하면서도, 음 하나하나에 정교함과 깊은 감정이 실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는 지금도 명반으로 꼽히며, 음악적으로나 해석적으로나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평론가와 동료 연주자들은 그를 두고 “테크닉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 자체를 이야기하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유명한 비르투오조 곡을 연주할 때조차 감정의 절제를 잃지 않았으며, 항상 곡의 구조와 내면에 집중하는 성숙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는 레퍼토리 선택에서도 깊은 철학을 보였다. 밀스타인은 대중적인 화려한 곡만을 연주하기보다는, 바흐, 브람스, 베토벤 등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해석을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바흐의 무반주 작품을 자주 무대에 올렸고, 이 작품군은 그의 음악적 정체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파가니니의 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연주했으며, 본인이 직접 편곡한 파가니니 <24 카프리스> 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자주 연주되는 버전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해석자이자 재창조자로서의 면모도 강했다.

음악 외적인 삶과 영향

나탄 밀스타인은 화려한 언변이나 스타성과는 거리가 먼, 조용하고 고요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그는 인터뷰도 자주 하지 않았고, 음악 외적으로는 사생활을 매우 신중히 관리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말보다 강렬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기술적 화려함이나 감정의 과잉을 지양하고,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는 연주자였다. 이러한 태도는 후배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에도 그를 롤모델로 삼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많다.

그의 대표적인 음반들은 지금도 꾸준히 재발매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1970년대에 EMI에서 녹음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집은 “완숙한 음악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86년까지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다가, 손 부상으로 인해 무대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1992년, 미국 런던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으며, 나탄 밀스타인은 영원한 ‘바이올린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