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넘어 문화를 지킨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에서 세계적 거장으로
아이작 스턴(Isaac Stern, 1920~2001)은 20세기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크레메네츠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몇 개월 만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그는 8세에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 입학했으며, 이후 애플린 게머(Adolph Baller)와 루이스 퍼신(Louis Persinger) 등의 지도를 받으며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특히 퍼신은 야사 하이페츠와 예후디 메뉴힌의 스승이기도 하여, 그 명맥을 잇는 교육이 스턴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아이작 스턴의 본격적인 데뷔는 1936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다. 이후 1940년대부터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보스턴 심포니 등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협연하며 급속히 명성을 쌓았다. 그는 탁월한 기술과 풍부한 감성,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를 겸비한 연주자로 평가받았으며, 단순히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 있는 해석을 보여주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 1950~70년대에는 유럽, 남미, 아시아 등에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특히 이스라엘과의 문화적 연대는 그의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연주자이자 문화 수호자, 영향력 있는 리더
아이작 스턴은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음악계를 이끄는 지도자이자 문화적 보호자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뉴욕 카네기홀을 지키기 위한 그의 투쟁이다. 1960년대 초, 카네기홀이 철거 위기에 처하자 그는 음악계, 시민사회, 정치권을 설득해 이를 막아내고 ‘카네기홀 보존 운동’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이 운동은 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까지 카네기홀이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노력과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이 일은 음악사적으로도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으며, 스턴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을 넘어 보존하고 지키는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또한 그는 1979년 미국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 직후 중국을 방문해 역사적인 문화 교류의 장을 열었다. 이 때의 활동은 다큐멘터리 영화 《From Mao to Mozart》(1980)로 제작되어 아카데미 상까지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턴은 단순히 연주만 하고 떠나는 연주자가 아니라, 현지 음악가들을 가르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문화 외교관’이었다. 그는 이 밖에도 카네기홀 협회 회장으로서 수많은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고 후원했으며, 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요요마(Yo-Yo Ma), 핀커스 주커만(Pinchas Zukerman), 이차크 펄먼(Itzhak Perlman) 등이 있다.
스턴의 연주 세계와 음악적 유산
아이작 스턴의 연주는 품격 있는 해석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어우러진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지나친 기교나 과도한 감정 표현보다는, 곡이 담고 있는 본질과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을 중시했다. 특히 모차르트, 브람스, 베토벤, 멘델스존 등의 고전적 레퍼토리에서 그의 해석은 항상 절제미와 명료함을 갖추고 있었으며, 현대 작곡가들의 곡도 자주 연주하며 새로운 음악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는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와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 등의 작품을 초연하거나 직접 위촉하여, 20세기 바이올린 문헌 확대에 기여했다.
그는 100장 이상의 음반을 남겼고, 그 중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협주곡, 멘델스존 협주곡 등 바이올린 주요 레퍼토리의 표준처럼 여겨지는 명반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그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자주 녹음했으며, 피아니스트 유진 이스토민(Eugene Istomin), 첼리스트 레너드 로즈(Leonard Rose)와 함께 만든 피아노 삼중주 시리즈는 지금도 가장 완성도 높은 실내악 녹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작 스턴은 2001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음악계에 남긴 유산은 연주뿐 아니라 문화 보호, 후진 양성, 국제 교류까지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족적으로 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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