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타토 vs 마르텔레 – 주법의 본질적 차이
정의와 표기에서의 차이
포르타토(Portato)는 이탈리아어 portare(운반하다)에서 온 말로, 한 활 안에서 여러 음을 부드럽게 분리하여 연주하는 주법입니다. 악보 표기에서는 보통 **슬러(Slur)**와 스타카토(Staccato) 점이 함께 나타나, “한 활로 이어가되 각 음을 살짝 강조하며 분리하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반면, 마르텔레(Martelé)는 프랑스어 marteler(망치로 두드리다)에서 유래했으며, 각 음을 힘 있게, 명확하게 찍어 누르는 활쓰기입니다. 표기 방식은 슬러 없이 음 하나하나 위나 아래에 쐐기 모양의 악센트( > )가 붙거나, 단순히 ‘martelé’라는 주법 지시어가 적힙니다. 따라서 악보에서 두 주법을 구분하는 핵심은 포르타토는 한 활 안에 여러 음을 묶는 슬러가 존재하고, 마르텔레는 각 음이 독립된 활 동작으로 표현된다는 점입니다. 이 표기 차이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음악 해석의 출발점이 됩니다. 포르타토는 연결성을 유지한 채 말하듯 연주하고, 마르텔레는 개별 음마다 힘과 명확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연주 방법과 물리적 감각의 차이
연주 테크닉 면에서도 두 주법은 확연히 다릅니다. 포르타토는 활을 끊지 않고 연속적으로 움직이며 각 음의 시작 순간에만 살짝 압력을 주어 어택(attack)을 만들고, 바로 압력을 풀어 부드러운 소리를 이어갑니다. 이때 활털이 현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닿아 있어야 하며, 손목과 손가락의 미세한 압력 변화로 음의 경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마르텔레는 각 음마다 활을 완전히 멈추고 준비한 후, 손가락과 손목을 사용해 강한 압력으로 순간적으로 눌렀다가 활을 재빨리 풀어주는 동작이 필요합니다.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 즉시 활의 압력을 제거하고, 다음 음을 연주하기 전 잠깐의 정적을 거치기 때문에, 마르텔레는 한 음 한 음이 독립적으로 또렷하게 들립니다. 포르타토가 ‘숨을 쉬며 말하는’ 감각이라면, 마르텔레는 ‘또박또박 찍어 말하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물리적으로도 포르타토는 활이 계속 흐르는 느낌이지만, 마르텔레는 짧은 정지와 강한 시작의 반복으로 활의 흐름이 끊어집니다.
소리와 음악적 용도에서의 차이
소리의 질감과 음악적 용도 역시 크게 다릅니다. 포르타토의 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명확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어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정적인 멜로디나 감정의 미묘한 변화가 필요한 구간, 예를 들어 낭만주의 바이올린 소나타, 서정적인 교향곡의 중간 악장 등에 자주 사용됩니다. 마르텔레의 소리는 짧고 단단하며, 강한 어택과 즉각적인 감쇠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성질 덕분에 힘찬 리듬감, 군더더기 없는 명확성, 청중에게 직접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 부분에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 중 빠른 악장이나, 파가니니의 화려한 기교곡에서 마르텔레는 강한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정리하면, 포르타토는 “연결성 속의 분리”, 마르텔레는 **“분리 속의 힘”**이 핵심입니다. 같은 현악기 주법이지만, 하나는 부드러운 흐름과 호흡감을 살리는 데, 다른 하나는 힘과 명확성을 부각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숙련된 연주자는 두 주법을 의도적으로 섞거나 대비시켜,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질감을 창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