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며 스스로를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를 사용하고, 불편하면 불만을 제기한다. 이 익숙한 관계 인식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와 친절한 인터페이스 덕분에 더욱 공고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이 일상화된 지금, 이 관계는 다시 질문되어야 한다. 과연 플랫폼에서 우리는 고객일까. 아니면 상품일까.

플랫폼 경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돈을 직접 지불하는 쪽이 고객이다. 그렇다면 무료 플랫폼에서 돈을 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답은 광고주다. 플랫폼은 광고주에게 노출과 예측, 영향력을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다. 사용자의 시간, 주의력, 행동 데이터는 광고의 원재료가 된다. 이 구조에서 사용자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이 아니라, 판매되는 상품에 가깝다.
이 사실은 플랫폼의 설계 방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고객을 중심에 둔 서비스라면, 목적을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종료되는 구조를 갖는다. 은행 업무를 마치면 로그아웃하고, 물건을 사면 사이트를 떠난다. 그러나 플랫폼은 다르다. 목적 없는 체류가 장려되고, 끝이 제거되며, 멈춤은 불편해진다.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고객 만족보다는 체류 시간 극대화를 위한 장치다. 이는 사용자가 ‘머무를수록 가치가 되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 설계다.
플랫폼이 사용자를 상품으로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만족이 아니라 유지다. 떠나지 않게 붙잡는 것, 이탈 직전에서 다시 끌어오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된다. 알림은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관심을 회수하기 위한 도구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보다, 반응할 확률이 높은 콘텐츠를 앞에 배치한다.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은 지속적으로 측정되고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피로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완전히 지치거나, 계정을 삭제할 정도로 소진되는 상황만을 피하려 한다. 적당한 피로, 약간의 불만은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다. 오히려 너무 편안한 사용자는 접속 빈도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플랫폼은 디지털 디톡스를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관리된 휴식’으로 재해석한다. 잠시 쉬되, 관계는 끊지 말라는 메시지다.
디지털 디톡스가 개인의 자기 관리 과제로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랫폼은 “우리는 도구를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용 시간 표시, 휴식 알림, 알림 관리 기능은 책임을 사용자에게 돌리는 안전장치다. 이후의 피로와 중독은 사용자의 선택이 된다. 그러나 이 선택은 공정하지 않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버티는 능력만 개인에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상품이 되는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삶이 수치와 지표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클릭률, 체류 시간, 반응 속도는 플랫폼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 안에서 사용자의 생각, 감정, 관계는 데이터로 분해되고 재조합된다. 인간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고, 경험은 소비 단위로 쪼개진다. 디지털 피로는 이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디지털 디톡스는 이 구조에 대한 직관적인 거부다. 화면을 끄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상품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클릭도, 데이터도, 노출도 멈춘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관계의 재정의다. “나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참여해 왔다는 데 있다. 사용자가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라면, 보호와 존중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품은 관리의 대상이지, 권리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졌다는 사실은 하나의 진단이다. 플랫폼이 인간을 고객으로 대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연결을 끊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해답은 개인의 디톡스에 있지 않다. 사용자를 상품이 아닌 주체로 대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디톡스는 그 전환을 향한 가장 작은 행동이다. 잠시 멈추는 그 순간,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소비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소비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디지털 디톡스의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