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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 좋아요가 관계의 화폐가 되었을 때

by monsil1 2026. 2. 15.

언제부턴가 우리는 감정을 숫자로 확인한다. 사진 아래에 찍힌 하트의 개수, 게시물 옆에 붙은 ‘좋아요’ 수는 단순한 표시를 넘어 하나의 평가가 되었다. 누군가는 그 숫자를 통해 인기를 가늠하고, 누군가는 관계의 온도를 짐작한다. 축하의 말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의 개수라면, 우리는 이미 감정보다 수치를 신뢰하는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디지털 디톡스 – 좋아요가 관계의 화폐가 되었을 때
디지털 디톡스 – 좋아요가 관계의 화폐가 되었을 때

좋아요는 원래 가벼운 공감의 표현이었다. 길게 댓글을 달지 않아도, 마음을 눌러 표시할 수 있는 간단한 신호. 그러나 반복되고 축적되면서 그것은 점점 관계의 ‘화폐’처럼 기능하기 시작했다. 내가 당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당신도 나의 게시물에 눌러주는 암묵적인 교환. 서로의 일상을 소비하고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일종의 예의가 되었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무관심처럼 보이고, 자주 누르면 친밀해 보인다. 감정은 숫자로 환산되고, 관계는 거래처럼 오간다.

화폐의 특징은 비교 가능하다는 점이다. 열 개보다 백 개가, 백 개보다 천 개가 더 가치 있어 보인다. 좋아요 역시 그렇다. 같은 사진이라도 더 많은 반응을 얻으면 더 ‘잘된’ 게시물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 사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대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응했는지를 본다. 관계의 질보다 반응의 양이 우선된다. 공감은 깊이보다 확산 속도로 측정된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전략적으로 변한다. 어떤 시간에 올려야 반응이 많은지, 어떤 문장이 더 눈길을 끄는지 고민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잘 보일’ 이야기를 선택한다. 일상은 기록이 아니라 전시가 된다. 보여주기 위해 다듬어진 순간들은 실제 삶보다 더 선명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미지 속에서 서로를 판단한다. 좋아요가 많은 사람은 인정받는 사람처럼 보이고, 적은 사람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화폐로 환산된 관계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낳는다. 어제보다 좋아요가 줄어들면 괜히 마음이 쓰이고, 특정 사람이 반응하지 않으면 이유를 추측하게 된다. 우리는 숫자의 오르내림에 감정을 맡긴다. 작은 변동에도 자존감이 흔들린다. 관계가 신뢰가 아니라 통계에 기대기 시작하면, 안정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좋아요가 ‘행동한 공감’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힘들다고 글을 올리면, 우리는 위로의 말을 길게 쓰기보다 하트를 누른다. 축하의 순간에도 직접 전화를 걸기보다 버튼 하나로 마음을 표시한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우리는 착각한다. 좋아요를 눌렀으니 충분히 마음을 전했다고.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고. 실제로는 더 많은 대화와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아요가 관계의 화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빚과 장부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만큼 눌렀는데, 왜 돌아오는 반응은 적을까. 저 사람은 항상 다른 이의 게시물에는 반응하면서 왜 내 것에는 조용할까. 이렇게 계산이 시작되면 순수한 기쁨은 줄어든다. 누군가의 소식에 기뻐하기보다, 나의 위치를 가늠한다. 관계는 교환 가치로 환원되고, 마음은 점점 피로해진다.

디지털 디톡스는 이 계산의 흐름을 잠시 멈추는 일이다. 숫자를 확인하기보다 내용에 머무는 것. 좋아요의 개수 대신 한 줄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보내는 것. 굳이 모든 게시물에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놓아주는 태도. 관계는 균형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자라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다.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욕구다. 문제는 인정의 기준이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하트 모양의 아이콘 하나로 측정되는 가치. 그러나 진짜 관계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 오래된 친구와 나눈 한 번의 깊은 대화가 수백 개의 좋아요보다 더 오래 남는다. 숫자는 빠르게 오르고 사라지지만, 경험은 기억으로 남는다.

좋아요는 편리한 도구일 뿐이다. 그것이 관계의 전부가 될 때 왜곡이 시작된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사람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좋아요를 원하는가. 누군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는가, 아니면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가.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출 때, 비로소 관계는 거래의 언어에서 벗어난다.

좋아요가 관계의 화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정작 마음은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디지털 디톡스는 그 아이러니를 자각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숫자를 세기보다 사람을 떠올리는 일. 화면 속 하트보다 눈앞의 목소리를 선택하는 일.

관계는 화폐처럼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 깊어지는 것이다. 좋아요의 개수가 아니라, 함께한 순간의 밀도가 우리를 연결한다. 숫자가 아닌 마음으로 남는 관계. 그것이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자산일 것이다.